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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의 여유<177>
김영회 | 승인 2019.12.31 14:18

역지사지의 여유

―2020년이 시작됐습니다.
새롭게 맞이한 새해,
산적한 어려운 일들을
국민적 지혜로 풀어야 합니다.
역지사지가 필요합니다―

근하신년.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느 해라고 예외가 있을까 마는 올해에도 온 세상에 축복이 가득한 가운데 모든 사람들이 건강히 만복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옛 어른들이 평소 자주 인용하던 육십갑자(六十甲子)는 지금과 같은 달력이 나오지 않았던 그 옛날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결합하여 만든 60개의 간지(干支)로 해를 구분한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여기서 십간(十干)은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茂),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를 말하며 십이지(十二支)는 자(子·쥐), 축(丑·소), 인(寅·호랑이), 묘(卯·토끼), 진(辰·용), 사(巳·뱀), 오(午·말), 미(未·양), 신(申·원숭이), 유(酉·닭), 술(戌·개), 해(亥·돼지)를 뜻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지(干支)는 십간(十干)과 십이지(十二支)를 조합하여 만들어 진 글입니다. 십간의 첫 번 째 인 ‘갑(甲)’과 십이지의 첫 번 째 인 ‘자(子·쥐)’를 조합하여 ‘갑자’가 만들어 지며, 그 해를 갑자년, 쥐띠 해로 일컫습니다. 다음으로 십간의 두 번째인 ‘을’과 십이지의 두 번째인 ‘축’이 결합하여 ‘을축년,’ 소띠해가 됩니다.

그러한 순서로 병인, 정묘, 무진, 기사, 경오,… 계해로 이어지는데 그에 따르다 보면 10간과 12지는 10년과 12년마다 다시 되풀이 되며 두 숫자의 최소 공배수는 60으로 처음과 같은 간지는 60년마다 돌아오게 됩니다.

태어나서 만으로 60세 생일이 되는 해는 자신이 태어난 해와 같은 간지, 즉 갑자가 된다고 하여 환갑(環甲), 또는 회갑(回甲)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간은 10년마다 다시, 지는 12년 주기로 다시 돌아와 같은 띠의 해를 맞게 되는 이치입니다.

육십갑자의 유래는 2,000여 년 전으로 올라갑니다. 중국 전한시대 사마천(BC145~86)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황제(黃帝)가 사관인 대요(大撓)에게 명하여 갑자를 지었다고 하고 삼황(三皇)중 한명인 천황이 갑자를 지었다고 하는 등 여러 설이 있어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올 2020년의 띠인 쥐는 지구상에서 인간 다음으로 개체가 많은 포유동물입니다. 쥐는 인간과 가까이서 생활하며 극지(極地)를 제외한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분포해 있습니다.

쥐는 원래 식물성인데 집에 서식하는 쥐는 사람의 음식물에 의존하게 되면서 잡식성이 되어 무엇이나 잘 먹습니다.

쥐는 보통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과 함께 사는 일부다처제 동물입니다. 쥐는 이로 갉는 습성이 있는데 생후 2주부터 죽을 때까지 단단한 물질을 이로 갉아서 자라는 이의 양만큼 마모시켜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전선줄을 갉아 누전시키거나 합선시켜 화재를 일으키기도 하고 감전이 돼 제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2020년 경자년의 태양. 올해는 만사형통의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남산타워=newspim

우리나라의 경우 쥐는 혐오동물로 인식되어 보통 징그럽게 여기는 것이 국민 정서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쥐로 인한 곡물 손실이 막대해 범국민적인 쥐잡기 운동을 벌인 적도 있습니다. 집집마다 요소요소에 쥐약을 놓아 죽이거나 끈끈이를 놓아 달라붙어 꼼짝 못하는 쥐를 산채로 잡기도 했는데 학생들에게 쥐꼬리를 가져 오라는 과제를 주어 학교에서 검사를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쥐를 신처럼 숭배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쥐를 교활하게 여겨 얌체 같은 사람을 “쥐새끼 같다”고 혐오 표현을 자주하지만 인도와 네팔의 힌두교 사원에서는 쥐를 신성시 하여 맛있는 음식을 주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러니 쥐들이 사람을 피하기는커녕 어깨나 무릎에 앉아 친밀하게 함께 생활하는 진기한 풍경을 일상적으로 보여줍니다. 쥐들의 천국인 셈입니다.

사료에 보면 쥐의 해 역사적 사건으로는 기원전 57년, 신라가 건국되었고 676년에는 신라가 고구려, 백제를 굴복시켜 삼국을 통일 하였으며 1637년에는 병자호란이 일어났습니다. 또 1876년 에는 일본과의 수호조약인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었고 19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1960년에는 우리 역사상 최초인 4·19혁명이 일어났고 1972년에는 박정희 군사정권이 종신 집권을 꿈꾼 10월 유신을 선포하였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쥐의 해에 이런 저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많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럼 2020년 올해에는 과연 어떤 일이 있을까. 우선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4월 15일에 치러집니다. 전국 253개 선거구에서 지역, 전국구 포함 300명을 뽑게 되는 이번 선거는 어느 때 못지않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선거법 개정으로 19세에서 만 18세로 선거연령이 한 살 낮아져 고등학교 재학생들도 투표에 참가합니다. 대략 50만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 청소년들의 표심이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0년 올해도 많은 소망이 있습니다. 우선 재앙이 없어야 합니다. 2017년 포항지진에서 보았듯 한반도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천재지변이야 말로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평소 대비를 철저히 하여 만일의 경우 피해를 최소화는 지혜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전쟁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남북이 대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핵무기는 가장 위험한 시한폭탄입니다. 북미가 어쩌니, 하지만 결국은 민족끼리 전쟁을 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러자면 먼저 북한의 핵이 제거돼야 합니다. 남과 북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민족이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1990년 분단된 동·서독의 통일에서 배워야 합니다.

올해는 풀어야 할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민이 진보 보수로 갈려 대결 상태가 된 사회 분열의 문제, 발등의 불이 된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경색된 한일 관계의 복원, 냉각 된 남북관계 등 수많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빈부 격차와 인구 고령화와 저 출산 문제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큰 문제입니다. 거기다가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한경공해도 발등의 불입니다.

빈부 격차 해소문제, 저 출산, 고령화 대책 등등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해소될 일이 아닙니다.

경제가 큰 문제입니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하였습니다. 경기가 다시 회복되지 않고는 그 무엇도 하기 어렵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 길이 있다면 국민적 통합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상대를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나설 때 문제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 우선 정치권부터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여당은 야당의 입장을 헤아려 주고, 야당은 여당의 입장을 헤아려 보는 여유, 그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모두가 만사형통의 한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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