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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칼을 녹여 보습을
김영회 | 승인 2020.01.10 09:49

칼을 녹여 보습을

―전쟁은 최후의 선택,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어라”
국태민안의 나라가
필요합니다―

2020년의 소망으로 “전쟁이 없는 한해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글을 쓴 것이 엊그제였는데 난데없이 새해 벽두 한밤중, 번뜩이는 섬광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의 불꼬리를 보게 되다니, 결국 노파심이 현실이 되고 있는 전쟁의 공포가 온몸에 소름을 돋게 합니다.

미국이 무인 비행체 드론으로 어둠속을 이동하는 이란의 제2인자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하자 삽시간에 전쟁의 먹구름이 중동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이란 또한 질세라, 이라크의 미군 기지를 향해 수 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고 수백만 테헤란 시민들의 들끓는 분노의 함성을 보더라도 이번 사건에서 이란인들의 미국에 대한 반감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짐작하게 합니다.

CNN(미국)이나 BBC(영국)같은 세계적인 방송들은 24시간 채널을 열어 놓고 현지 상황을 전 세계로 송출하고 있어 전쟁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나 하는 착각마저 듭니다.

이란은 아시아 서쪽에 있는 인구 8,200만 명(2019)의 종교국가 즉, 이슬람 공화국입니다. 국토 면적은 164만 8,195㎢로 남한의 16배 쯤 되는 세계 18위의 대국입니다. 경제규모는 전체 1조65억 달러(17위), 1인당 국민소득 17,661달러(2019·77위)이며 민족은 페르시아인 41%, 아제르바이잔인 35%, 쿠르드족 30%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구 중 가장 많은 비율을 가진 페르시아 족은 기원전 12세기로부터 기원 전 9세기까지 지금의 이란지역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아리아 족이 주류입니다. 지리는 북쪽에 아제르바이잔, 동쪽에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서쪽에 이라크, 페르시아 만 건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이 있고 남쪽에 아라비아 해가 있습니다.

이란은 14개 석유수출국기구(OPEK) 제2위의 석유생산국으로 세계 석유 매장량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다음가는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입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러시아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과거 ‘페르시아’에서 오늘의 국명 ‘이란’으로 바뀐 것은 1935년 팔라비 왕조 때 입니다. 그동안 수백 년 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온 천일야화(千一夜話), 아라비안나이트는 바로 페르시아 왕조시대의 구전문학(口傳文學)입니다.

이란인들의 국민성은 온순하며 토론하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다른 이슬람 국가처럼 “알라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뜻의 ‘인샬라’라는 말을 일상용어로 자주 쓰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들은 신앙정신이 삶속에 깊이 새겨져 매사에 느긋하며 의사 결정에 상당한 시간을 소요합니다. 과거 ‘페르시아 상인’이란 말이 있듯 이란인들의 상술은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1962년 수교하였고 1973년 석유파동 때는 도움을 많이 받아 서울 강남에 ‘테헤란로’라는 마천루가 줄지어 선 유명한 간선도로가 있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도 ‘서울’이라는 거리를 지명해 양국 관계를 우호적으로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현지시간) 새해 연설에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동 전체로부터 나오는 신호가 심히 우려스럽다”면서 “두 나라의 자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바티칸=로이터 뉴스핌

이란은 왕정시대인 1979년 까지만 해도 미국과 관계가 좋았습니다. 당시 팔라비 2세는 지미카터 미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부패한 정부에 불만을 품은 국민들이 일어나 혁명을 통해 왕정을 붕괴시키면서 오늘의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했고 미국과 외교 관계를 단절함으로써 두 나라관계가 갈등구조로 돌변했습니다.

미국의 절대 지지를 받던 팔라비왕 당시 이란 국민 네 사람 중 한사람은 비밀요원이라고 할 만큼 정보 정치로 왕정을 유지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꼭두각시이던 팔라비를 축출하고 국민투표에서 98%의 지지로 이슬람 공화국을 수립했고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2002년 미국이 이라크의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를 침공하고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이란과의 긴장관계가 점점 고조돼 왔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지역에 석유 자원이 대량으로 매장돼 있는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시절이던 2015년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유럽연합 등이 이란과 맺었던 이란 핵 협정을 2019년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긴장 관계가 극대화 됐고 결국 전쟁이 터진 것입니다.

다행히 전쟁의 열쇠를 쥔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서 “경제제재로 대응하겠다”고 한발 물러서고 이란 역시 초기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분위기라서 당장 확전은 피할 수 있게 되긴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입니다. 미국 측은 이미 파병을 요청해 온 상태라서 공은 한국에 넘어 와 있는 상황인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된 것이 우리나라 형편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3분의1이 그곳을 거쳐 가야 하는데 이란과의 충돌이 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총구를 거두고 대화를 통해 전쟁을 피해야 합니다. 대국이건 소국이건 전쟁은 최후의 선택이지, 현명한 대처는 아닙니다. 옛말에도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라”고 하였습니다.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으로서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외교를 통해 문제를 푸는 대국의 면모를 보여야 합니다. 성경에도 “총으로 흥한 자, 총으로 망한다”고 하였습니다. 마침 프란치스코 교황도 바티칸 연설에서 “중동에서 들리는 소리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두 나라의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새해 들어 나라 안팎이 어수선 합니다. 설상가상,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테헤란에서 추락해 176명 전원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립니다. 밖은 그렇다 하고 국내는 검찰 인사 후유증으로 잡음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온갖 흉한 말들이 횡행합니다. “검찰 총장의 팔 다리를 잘랐다”느니 “양아치들이 개그를 한다”느니 유치한 소리들이 사회를 더욱 어지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제 며칠 뒤면 설날. 또 한바탕 민족의 대 이동이 펼쳐질 것입니다. 제발 나라가 평안하고 국민들의 안전에 탈이 없는 명절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국태민안(國泰民安), 말입니다.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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