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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국회의원이라는 자리
김영회 | 승인 2020.04.10 15:29

국회의원이라는 자리

―새로 뽑히는 21대 의원들,
특권도 많은 국회의원
앞으로 4년 임기동안
어떤 정치를 보여줄지
기대를 가져봅니다―

코로나 광풍에 휘말려 열기가 낮기는 했어도 선거는 어김없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해외동포에 이어 사전투표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15일 본 투표까지 치러지면 2020년 대한민국의 가장 큰 행사인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무사히 마치게 되는 셈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당선된 이들은 이제 국회에 등록을 하고 ‘금배지’를 받아 상의 왼쪽 깃에 꽂으면 비로소 국회의원의 신분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게 얼마나 어렵게 쟁취한 명예인가. 2선, 3선의 당선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짜릿한 감동은 마찬가지일 터입니다.

이번에 당선되는 300명의 의원들은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5월 30일 본회의장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 할 것을 국민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국민에게 맹세합니다.

국회의원은 국회라는 기관의 구성원이지만 한사람, 한사람이 독립된 '헌법기관'입니다. 국회의원이라는 명예의 존엄함을 법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것입니다. 21대 국회의원은 올 2024년 5월 29일까지 4년 동안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법률에 정한 활동을 하게 됩니다.

국회의원은 정부 직급으로는 차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단 국회의 각 상임위원장에 뽑히면 장관급 예우를 받게 됩니다.

이번 선거에 출마했던 이들은 득표율에 따라 등록 시 납부했던 기탁금을 돌려받습니다. 유효투표 총수의 100분의 15%이상을 득표한 때는 등록금 1,500만원 전액을 돌려받고 100분의 10%에서 15%미만을 득표한 때는 반액을 반환받습니다. 그러나 유효투표수의 100분의 10%를 득표하지 못했을 경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합니다.

국회의원은 헌법에 정해진 의무와 권리를 행사합니다. 의원의 권한 중 법률의 제정과 개정안 발의권, 헌법 개정안 제출권, 국가 예산 심의권, 국정감사와 조사권을 갖게 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흔히 국회의원은 200가지의 특권을 누린다고 들 말합니다.

국회의원이 좋기로 서니 설마 특권이 그렇게나 많을까.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특권이 많기는 합니다. 그 중에는 국회 식당이나 이용원, 엘리베이터도 의원전용이 따로 있으니 그것도 특권이라면 특권이긴합니다.

국회의원이 누리는 권한 중 가장 특별한 것은 불체포특권(不逮捕特權)과 면책특권(免責特權)입니다. 이 두 가지 특권은 과거 군사정부시절 정치적 이유로 국회의원을 마구 구속하자 자유로운 입법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에 조항을 두었습니다. 불체포 특권은 현행범이 아니면 회기 중에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하지 못합니다.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됐다하더라도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에 풀려납니다. 그 때마다 논란이 되는 ‘방탄국회’라는 용어는 이 특권으로 비리 연루 의원들이 검찰이나 경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국회 뒤에 숨곤 하는 일이 잦아 생겨 난 말입니다.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금배지. 사실은 은으로 만든 배지의 표면에 금도금을 한 것으로 가격은 35000원이다.

국회의원은 또 국회 내에서 직무상 어떤 발언을 해도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설사 허위 사실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했다 하더라도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입니다. 바로 면책특권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은 월급에 해당하는 상당액의 세비(歲費)를 받게 됩니다. 최소 1억5469만원의 연봉이 그것입니다. 일반 수당 646만원에 입법 활동비 313만 원 등 각종 수당과 상여금에 해당하는 정근수당 646만원, 명절 휴가비775만 원 등입니다. 국회 회기 중에 출석하지 않아도, 4년 임기 중 단 한 건의 법률안을 발의하지 않아도 세비는 꼬박 꼬박 통장으로 입금됩니다.

국회의원은 자신을 도와 줄 보좌진을 자기 마음대로 쓰고 해임할 수 있습니다. 4급보좌관2명, 5급비서관2명, 6급비서1명, 7급비서1명, 8급비서1명, 9급비서1명과 인턴비서1명 등 9명입니다. 의사당에는 50평에 달하는 사무실도 제공되고 사무실 운영비나 통신 요금, 소모품, 차량 유지비도 지원됩니다.

재정적 지원 외에도 해외에 나갈 때는 공항에서 줄울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안내를 받고 귀빈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는 현지 공관의 영접도 받습니다. 항공료도 일반석 요금을 내고 비즈니스 석을 배당받는 특혜도 있습니다. 일 년에 두 번 공적인 해외 시찰 시 국고지원을 받습니다. 후원회를 조직 매년 1억 5000만원까지 정치 자금을 모금 하는 특전도 있습니다.

1948년 제헌 국회를 시작으로 현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72년, 우리 국회의 의정사는 한 마디로 파란과 오욕(汚辱), 그 자체였습니다. 민주주의의 역사가 없는데다가 갑자기 맞이한 정치체제라서 불법 탈법선거가 되풀이 돼 왔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과거 독재정권 시절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는 투·개표 과정의 온갖 불법, 탈법으로 얼룩졌습니다.

고무신, 막걸리선거에 3인조, 5인조 공개투표, 다리미표, 피아노표에 군부대 몰표 넣기, 사전투표, 투표함 바꿔치기에 개표 중 정전시키기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불법작태가 자행됐습니다. 모든 공무원이 나서서 여당후보 선거운동을 하는 관권선거, 투표 전날 밤 집집마다 돈 봉투 돌리는 등 최악으로 타락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당시의 선거문화였습니다. 오죽 했으면 선거 취재를 위해 방한한 외신기자가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는 낯 뜨거운 기사를 전 세계에 타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불법 타락 선거는 1950년대 자유당 정권, 1960연대 공화당 정권, 1970연대 유신정권, 1980연대 전두환·노태우 정권까지 줄곧 이어졌습니다. 부정 선거는 거의 예외 없이 집권당에 의해 저질러졌습니다. 정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억지 무리수였습니다. 그런 과거를 생각하면 오늘의 이 조용하고 차분한 선거는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번 21대 의원당선자들이 지난 날의 전철(前轍)을 밟지 않고 일부라도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실행에 옮긴다면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역사에 남는 의정사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렇게만 한다면 국민들의 정치 불신도 점차 바뀔 것이요, 작금의 코로나 고통 속에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될 것입니다. 부질없는 생각이겠지만 나는 오늘 그런 기대를 가져봅니다.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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