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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민심은 조석변
김영회 | 승인 2020.04.20 10:58

민심은 조석변

―통합당의 참패는 자업자득,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교훈을 얻어야합니다.
역사는 되풀이 됩니다―

과연 엄청난 ‘태풍’이었습니다. 역대급이란 바로 이럴 때 쓰기위해 누군가 만들어 낸 용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180대 103, 가위 퍼펙트게임입니다.

놀랐습니다. 대승을 거둔 쪽도 놀랐고 참패를 당한 쪽도 놀랐습니다. 또 이쪽이든 저쪽이든, 어느 쪽이고 한 표를 준 국민들도 모두 놀랐습니다. 2020년 21대 총선은 그렇게 새 역사를 썼습니다.

사람들은 때로 이런 극적인 사건에 놀라기도 하고 신바람이 나기도 합니다. 물론 더불어 민주당을 지지한 국민들 얘기지만 그 반대로 미래통합당을 지지한 국민들은 떨떠름한 뒷맛에 심사가 불편 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좋다지만 승부의 세계이니, 그렇다는 말입니다.

총선이 끝난 지 며칠, 그동안 찢고 까발리던 신문·방송들은 이리저리 구실을 찾기에 바쁘고 온갖 궤변으로 편을 들던 평론가들은 전혀 예측이 빗나가자 핑계 대기에 바쁩니다.

4월 18일자 조선일보는 “야 30대 낙선자에 듣는다”는 특집기사로 젊은 낙선자들을 동원해 미래한국당의 패인을 조목조목 알리고 있습니다. 보수의 대표격인 조선일보의 기획인지라 눈길을 끌고도 남았습니다.

조성은(32·선거대책위 부위원장), 이윤정(33·경기 의왕·과천), 이준석(35·서울 노원병), 김재섭(33·서울 도봉갑), 박진호(30·경기 김포갑)등은 모두 수도권에 출마했으나 똑같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들은 자신을 공천했던 미래통합당을 향해 ‘꼰대당’, ‘영남당’ 등 쓴 소리를 마다않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 냈습니다.

▷조성은:“보수의 가치는 입헌주의, 법치주의에서 나온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태극기 세력이 국회를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모습은 대다수 국민 눈에 그저 혐오스러웠을 뿐이다. 병역 면제를 받은 당대표가 ‘보수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도 난센스처럼 비쳐졌다. 당이 극우세력의 항의 때문에 해당 후보를 제명조차 못 하는 모습에 제 주변 중도층은 ‘통합당은 그냥 폐기 처분 하자’ 는 반응이었다. 이른바 ‘막말의원’들이 대거 낙선한데 대해서도 국민이 수준 미달의 ‘불량제품’을 분리수거한 것이라고 말하더라.”

▷이윤정:“보수를 내세우며 탐욕과 사익을 채우는 분이 너무 많다. 그럴 거면 그냥 사업을 하시라. ‘영남’ ‘5060 남성’ ‘법조인’ 등 당 주류는 일반 대중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공감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n번방 호기심’(황교안) 같은 발언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당헌·당규 및 당의 의사 결정 구조를 바꿔서라도 ‘목소리 큰 극단 세력’으로 인해 민심의 외면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밀레니얼(1980~1990년대생) 세대가 획기적으로 전면에 나서면서 4050의 조력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미 선거지형이 바뀌었고, 보수는 아무리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기)’을 해도 40%를 못 넘는다.”

이들은 “황교안 전 대표가 전광훈 목사, 태극기 세력, 극우 유튜버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이 중도층 표심에 지속적인 악영향을 끼쳤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이준석:“정당 대표가 종교계와 그렇게 밀착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뿐 아니라 유튜버들에게 끌려 다니는 이런 수준의 정당은 이제 안 된다. 영남 등 자기지역구에 뿌리가 있는 ‘현역’들에 비해 청년들은 선거를 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총선에서 참패를 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하고 있다. / NEWSPIM

▷김재섭:“태극기 세력이 자꾸 문제 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역시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적 판단이 완료된 문제이다. 헌법 수호, 법치가 핵심 가치인 보수 정당이 태극기세력 눈치를 보며 계속 탄핵문제를 제기하는 건 비겁하다. 열정이 있다고 험지로 보내는 게 청년을 위한 배려냐. 지역 기반이 없는 곳에 보내면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얼마나 살아 돌아올 수 있겠나. 황교안 전 대표와 당내 기득권 세력은 보수 정당의 후진을 양성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박진호(30·경기 김포갑): “이번 선거는 극우 세력을 껴안으려다가 표로 심판받은 것이다. 청년들이 당의 주도권을 쥐고 세대·인물·철학을 완전히 바꿔야만 대선을 치를 수 있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이들의 신랄한 비판 속에는 한국적 정당문화, 특히 보수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그대로 담겨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들의 발언 속에 오늘 미래통합당의 모순이 그대로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미래통합당의 실패는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2016년 20대총선,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이번 21대 총선 참패까지 줄줄이 연패를 당하니 낙선 후보들만이 아니라 통합당을 지지해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통이 터질 만도 합니다. 그동안 당을 이끈 지도자들은 그가 누구라도 유구무언이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 121개 지역 중 103석을 이겨 미래통합당을 압도했습니다. 서울에서만 41대9, 경기도 51대8로 숙적 미래통합당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국민의 당 돌풍의 진원지였던 호남에서 28개 선거구 중 전북 남원·임실·순창의 무소속 한곳만 뺀 27개 의석을 다시 빼았었고 대전 7곳, 청주 4곳 전석을 독식했습니다. 그에 반해 미래통합당은 텃밭으로 분류되는 영남에서만 비교적 선전해 사실상 ‘지역정당’이라는 평가를 면치 못하게 됐습니다.

결국 미래통합당의 참패는 자업자득입니다. 지난 4년의 20대 국회 임기 내내 통합당이 국민에게 보여준 것은 ‘헐뜯기’와 ‘발목잡기’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툭하면 거리로 나가 농성을 하고, 삭발, 단식 등등 어느 하나 바람직한 야당상은 아니었습니다.

야당의 역할이 집권당을 견제하는 것 이라 할지라도 20대 국회 4년간 야당이 한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 사사건건 공격하고 발목 잡는 투쟁일변도의 짜증나는 정쟁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이번 압승으로 ‘슈퍼여당’이 되었습니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헌법 개정을 제외한 일반 사항은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안 하나를 내놓고도 제1야당을 먼저 걱정해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쾌재를 부를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정신 차려야 됩니다. 이번 대승은 기회임과 동시에 ‘위기의 출발’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힘이 커진 만큼 국정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더 커졌습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힘을 믿고 야당을 마구 다스리려 하다가는 오늘 미래 통합당이 겪는 수모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선거 득표는 1434만표 대 1191만표로 243만표 차이입니다. 득표율로는 49.9%대 41.4%. 득표율 차는 8.5%포인트입니다. 더불어 민주당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는 그렇습니다.

민심은 조석변(朝夕變)입니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게 국민의 여론입니다. 오늘 박수를 치다가도 내일 돌을 던지는게 민심입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마냥 기뻐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자세를 가다듬고 집권당다운 정치에 나서야 합니다. 오늘 미래한국당의 고초가 반면교사가 돼야합니다.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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