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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가정의 달 유감
김영회 | 승인 2020.04.30 16:01

가정의 달 유감

―‘잔인한 달 4월’이 가고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녹음방초 우거지는 계절 
오늘의 세태를 이야기합니다.
지난 4월은 잔인했습니다.―

 

4월이 가고 5월을 맞이합니다. T·S엘리엇(영국)이 시 ‘황무지’를 쓴 것은 1922년이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3년, 대지에 밴 화약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황폐화 된 유럽, 도시는 파괴되고 전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은 모두 상실감에 젖어있던 그 때 시인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라고 시대의 아픔을 절절히 읊었습니다.

엘리엇은 100년 뒤의 현실을 예견이라도 한 것일까? 지난 4월 한 달, 전 세계는 COVID-19(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괴질로 온통 고난을 겪었습니다. 병균이 지구촌 곳곳으로 번져 나가도록 발병원인조차 모른 채 사람이 죽어도 관(棺)이 모자라 애를 태우고(이탈리아), 시체를 묻을 곳이 없어(미국) 하늘을 바라봐야하는 곤경을 겪어야 했습니다. 문자 그대로 ‘잔인한 4월’이었습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일 년 열두 달 가운데 ‘계절의 여왕’이라 부를 만큼 참으로 좋은 달이 5월입니다. 춘삼월을 지나 여름이 오기 전,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기온에 녹음방초(綠陰芳草) 산천에 어우러지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이름 붙인 것은 참으로 우아한 발상입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5월에 기념일이 많이 몰려 있습니다. 1일근로자의 날, 노동절을 시작으로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날, 18일 광주민주화운동기념일, 19일 발명의날, 21일 부부의날, 셋째 주 월요일인 21일 성년의날, 31일 금연의 날입니다. 기념일이 많은 것은 개인이나 사회가 그냥 넘겨서는 안 될 잊지 말아야 할 날이 여럿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덧붙이자면 하루를 그냥 보내지 말고 특별히 기념하라는 뜻입니다.

가정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공동생활체, 즉 부모, 부부, 형제, 자매, 자녀 등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같은 집에서 몸을 부딪치며 좋은 일을 함께 기뻐하고 슬픈 일 또한 함께 슬퍼하는 가족 모두의 영혼이 깃든 안식처입니다. 고로 가정은 사랑의 공동체, 운명공동체라는 특수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가정은 사회의 최소 단위이자 기본단위입니다. 그러기에 정부가 ‘가정의 달’을 정하고 기념하는 것은 가정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더욱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자하는데 그 본뜻이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곳은 지친 심신을 어루만져 주고 쉬게 해줌으로써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시켜주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랑 말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의 가정은 말처럼 그렇게 안락하고 행복하지만은 아닌 게 현실입니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전제돼야 합니다. 우선 가족이 모두 건강해야하고 불편이 없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사회가 갈등 없이 평온해야 하고 나라가 불안하지 않아야 합니다. 개인이건 사회이건 탈이 없어야 합니다.

그럼 지금 우리사회의 가정은 얼마나 안녕한가, 몇 가지 통계를 찾아보았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인 2019년 한해 국내에서 결혼한 숫자는 23만9200쌍이요, 이혼한 부부는 11만800쌍이었습니다. 2018년 한해 국내에서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670명이었습니다.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했으며 날마다 38명이 자살을 했습니다. 믿기 어렵지만 그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은 이혼과 자살, 두 경우 소위 선진국 그룹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의 기록입니다. 35개 회원국 중 이혼율이 가장 높은 나라, 자살률 1위가 우리나라입니다.

30일 부처님오신 날을 맞아 불교의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 코로나19 소멸 기원 현수막이 붙어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요식을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한 달 늦춰진 5월 30일에 치른다고 밝혔다. / NEWSPIM

행정안전부에 의하면 2019년 말 우리나라 인구는 모두 5천184만9861명입니다. 그중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02만6915명입니다. 전 국민 중 노인 비율이 15.5%. 유엔 기준에 따르면 노인이 7%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이상이면 고령 사회, 20%이상이면 초 고령사회로 구분합니다. 한국은 3년 전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느 사이 ‘노인공화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노인들의 절반이 빈곤층이요, 그것도 세 사람 중 한 사람은 의지할 데 없는 독거노인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생활고를 못 견딘 일가족 집단자살, 어린 자식을 학대하고 살해해 암매장하는가 하면 늙은 부모를 시해(弑害)하는 일조차 비일비재하니 솔직히 ‘가정의 달’을 얘기하는 것조차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정의 달’을 맞이합니다.

국민소둑 100달러 미만이던 1950년대, 모두가 가난하던 시절에도 사회가 이렇게 팍팍하지는 않았습니다. 식량 자급이 안 돼 끼니걱정은 했지만 나라가 이처럼 어지럽지는 않았다는 말입니다.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목숨을 부지했어도 한번 결혼하면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백년해로하는 것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덕이 돼 이혼이란 있을 수 없는 금기(禁忌)였고 사는 게 어려웠어도 일 년 열두 달 어디서 누구 한 사람 자살했다는 소문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가 가까운 노인들이 제 손으로 제 목숨을 끊는다, 그것도 세계1위라니. 경제가 발전해 국민소득이 3만 달러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 선 오늘, 나라는 어찌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합니다. 정치지도자들은 정쟁을 그치고 사회를 이렇게 만든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 핵 보다, 경제보다 더 무서운 것이 국민의 갈등이요, 분열입니다. 가정이 해체되고 있는데 ‘가정의 달’은 무슨 ‘가정의 달?’

30일은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 지도자인 종정(宗正) 진제스님은 “반목과 대립을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취지의 교시(敎示)를 발표했습니다. 종정스님은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이요, 만물여아동체(萬物與我同體)로다, 천지가 나와 더불어 한 뿌리요, 모든 존재가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며 국민의 대 통합을 강조했습니다. 5월 ‘가정의 달’ 모든 중생이 마음으로 새겨들어야 할 죽비소리입니다. 대자대비(大慈大悲).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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