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送舊迎新<오늘을 생각하며>
김영회 | 승인 2015.12.23 09:28

송구영신

 

2015 을미년이 저물고
2016 병신년이 오고 있다.
과거로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기대감이

동시에 교차하는 시간이다

 

세모(歲暮). 문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  2015년 을미년이 지금 막 저물고 있습니다. 서산일모(西山日暮) 중임도원(重任途遠). ‘서산에 해는 지는데 등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기만 하네.’ 한해의 끝자락에 와있는 우리 모두의 심정이 먼 길가는 나그네의 그것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고적(高適․707~765)은 이맘때쯤의 외로운 심정을 ‘除夜’(그믐 날 밤에)라 이름 짓고 이렇게 남겼습니다.

여관한등독불면(旅館寒燈獨不眠)
객심하사전처연(客心何事轉凄然)
고향금야사천리(故鄕今夜思千里)
상빈명조우일년(霜鬢明朝又一年)

여관방 차가운 등불아래 / 홀로 잠 못 이루네 / 무슨 사연으로 나그네의 마음 / 이리도 처량한가 / 고향집에서는 오늘 밤도 / 천리 밖 이내 몸을 생각하겠지 / 서리 앉은 귀밑머리 / 내일 아침이면 또 한 살을 더 한다네

머나 먼 천리 타관에서 고향을 그리며 향수에 젖어 잠 못 이루는 나그네의 울적한 심정이 가슴을 적시는 글입니다.

올해도 우리는 모두 힘겹게 한해를 보냈습니다. 미처 뒤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있는 힘을 다해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평탄한 길 보다는 험한 길이 더 많았고 내리막길 보다는 오르막길이 더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그것은 국민들 누구나 다 같이 겪을 수밖에 없었던 시련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삶이 고달팠습니다. 가난한 도시빈민, 농촌의 빈곤한 노인들, 그리고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의 삶이 힘들었습니다.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내일 모레라지만 저소득 서민들의 하루하루 삶은 그대로 인고(忍苦)의 연속이었습니다. 빈곤층으로 내 몰린 절박한 이들, 의지 할 데 없는 외로운 노인들이 힘들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절망한 가족들의 집단자살, 병약한 노인들의 자살, OECD 1위의 자살률이 그것을 웅변으로 증명합니다.

생산현장의 노동자들이 힘들었고 경제 불황속에서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힘들었고 소상공인, 농민, 자영업자들 또한 힘들었습니다. 일자리를 못 구해 거리를 방황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힘들었고 입시지옥에 갇힌 청소년들, 등록금으로 애태우는 대학생들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렇듯 모두가 모두 힘들게 보낸 한해였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와 오늘 이제야 되돌아 본 지난 한해는 고통으로 얼룩진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2015년 앵글에 비친 대한민국의 모습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누구보다 힘들었던 분도 있습니다. 바로 대통령입니다.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겠다”고 국민에게 공약했고 선서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쉽게 돌아가지 않으니 대통령은 참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정책을 내 놓으면 국회가 반대하고 언론은 비판만하고 국민이 따라주지 않으니 얼마다 힘이 들었겠습니까.

소통을 위해 노력했지만 ‘불통’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우스갯소리 한마디에 ‘썰렁 개그’라는 비아냥도 들었습니다. 신문․방송들이 언론자유를 구가(謳歌)하며 마구 떠들어 대고 그것도 모자라 남의 나라 신문까지 끼어들어 ‘고약한 소문’을 퍼뜨려 심기를 상하게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인사문제로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좋은 인물이라고 고르고 골라 내 놓으면 총리고, 장관이고 어김없이 위장전입이요, 부동산 투기에 병역문제가 터지곤 하니 도대체 이 나라의 잘난 인물들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부도덕할까, 화가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뿐일까. 시위현장에 ‘박근혜 퇴진하라’는 피켓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대통령의 한해야 말로 가시밭길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전에 어떤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하소연을 한 것이 구설에 오른 적이 있지만 모르면 모르되 박대통령도 ‘절대 공감’이 아니었을까 짐작을 해 봅니다. 

싸우기도 많이 했습니다. 청와대와 여당, 여당과 야당이 싸웠고 여당은 여당끼리, 야당은 야당끼리 패를 갈라 싸웠습니다. 보수와 진보가 싸웠고 국민들 또한 이쪽, 저쪽으로 편이 갈려 눈에 불을 켜고 싸웠습니다. 일 년 내내 싸우기만 했으니 온 나라가 소란하고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메르스’라는 괴질(怪疾)에 놀라 허둥대면서 온 국민이 공포에 떨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허둥대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또 한 번 실망했습니다. 거기다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일파만파로 나라를 뒤흔들며 풍파를 일으켰습니다. 올바르게 하자는데 국민들이 반대를 합니다. 왜? 결국은 긁어 부스럼이 됐고 패착(敗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 ‘혼용무도.’ “어리석은 군주가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뜻입니다.  / 교수신문

혼용무도(昏庸無道). 교수신문이 전국의 교수 88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글입니다.

‘혼용무도’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를 가리키는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함께 이르는 ‘혼용(混庸)’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음을 묘사한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속 ‘무도’를 합친 글입니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한 교수는 “연초 메르스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모여 줬다”면서 “중반에는 청와대가 여당 원내 대표에 대해 사퇴압력을 넣어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낭비가 초래됐다”고 추천이유를 설명합니다.

오늘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이 네 글자는 국정을 주도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주의 깊게 음미해야 할 경구(警句)입니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라고 했습니다. 민심을 거스르면 안됩니다.

고양이는 자주 제 몸을 핥습니다. 그것은 몸에 상처가 있을 때 하는 버릇인데 고양이 침속에는 살균작용을 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치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한해가 저무는 오늘 우리도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심정으로 모두  마음의 상처를 보듬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2015년을 보내며 괴로웠던 일, 슬펐던 일 훠이, 훠이, 바람에 날려 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았으면 좋겠습니다. 송구영신(送舊迎新).

김영회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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